계보를 기록하는 이유

완성된 작품만 남기면 충분할까.

오랫동안 미술은 완성된 결과물을 중심으로 기록되어 왔다. 전시장에는 완성된 작품이 걸리고, 도록에는 그 결과가 실린다.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도 대부분 그 한 장의 이미지이다.

하지만 실제 작업은 그렇지 않다.

하나의 그림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수많은 선택과 판단이 이어진다. 자료를 찾고, 사진을 촬영하고, 드로잉을 반복하고, 형태를 수정하고, 다른 작품을 참고하며, 때로는 처음의 계획을 버리고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완성된 작품은 그 긴 과정의 마지막 한 장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결과는 남지만 과정은 사라진다. 어떤 자료를 참고했는지, 어떤 드로잉을 거쳤는지, 왜 화면의 구성이 바뀌었는지, 어떤 작품이 다음 작품으로 이어졌는지는 기록하지 않으면 점차 기억에서 사라진다. 완성된 작품을 통해 과정을 추측할 수는 있다. 그러나 추측은 기록을 대신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계보(Lineage)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계보는 영향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미술사에서 계보는 흔히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주었는가, 어떤 화풍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설명하거나 증명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것은 외부의 시선에서 이미 끝난 작업들 사이의 관계를 사후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나의 계보는 방향이 다르다.

영향을 증명하기보다, 하나의 작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다음 작업으로 이어졌는지를 그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기록하기 위한 구조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증명이 아니라, 작업을 하는 나 자신이 그 흐름을 잃지 않기 위한 기록이다.

하나의 작품은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수많은 선택과 판단이 축적되고,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결과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기록되어야 하는 것은 완성된 이미지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연결과 변화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계보는 단순한 관리 방식이 아니라 작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되었다.

과거의 작업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후의 작업 안에서 다시 이어지고, 새로운 작품은 이전의 기록 위에서 조금씩 변화하며 확장된다. 하나의 흔적은 다음 흔적의 출발점이 되고, 그 흔적은 다시 또 다른 출발점이 된다.

나는 작품을 점으로 기록하지 않는다.

하나의 작품이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했으며, 무엇으로 이어졌는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기록하려고 한다.

나에게 계보는 과거를 정리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다.

작업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남기기 위한, 또 하나의 작품이다.

20260703

Why I Record Lineage

Is it enough to leave behind only the finished work?

For a long time, art has been recorded mainly around its finished results. Galleries hang the completed piece, catalogues print that result. As time passes, what survives is, for the most part, that single image.

But that isn't how the actual work happens.

Before a single drawing comes into being, countless choices and judgments take place one after another. Searching for materials, taking photographs, repeating drawings over and over, revising forms, referencing other works, sometimes abandoning the original plan entirely and starting over.

The finished work is just the last page of that long process.

As time passes, the result remains, but the process disappears. What materials were referenced, what drawings it passed through, why the composition changed, which work led into the next one — unless it's recorded, it gradually fades from memory. You can guess at the process by looking at the finished work. But a guess can never replace a record.

That's why I started recording lineage.

To me, lineage isn't about proving influence.

In art history, lineage is usually used to explain or prove who influenced whom, where a particular style originated. It's a way of reconstructing, after the fact and from an outsider's view, the relationships between works that have already been finished.

My lineage runs in a different direction.

Rather than proving influence, it's a structure meant to record, while a piece of work is still underway, what process led one piece into the next. It isn't proof meant to be shown to someone else — it's a record for myself, the one doing the work, so I don't lose track of that flow.

A work doesn't appear out of nowhere.

Countless choices and judgments accumulate, and as that process repeats, it arrives at a single result. If that's the case, then what needs to be recorded isn't just the finished image, but also the connections and changes that took place along the way.

As time went on, lineage stopped being a simple way of managing things and became a way of seeing the work itself.

Past work isn't something finished — it continues again inside later work, and a new piece changes and expands little by little, building on top of the earlier record. One trace becomes the starting point for the next trace, and that trace becomes the starting point for yet another.

I don't record a work as a single point.

I try to record where a piece began, what process it changed through, and what it led into — as a single continuous flow.

To me, lineage isn't a record meant to put the past in order.

It's another work in itself, made to leave behind how the work has continued through time.

20260703

我为何记录谱系

只留下完成的作品,就足够了吗?

长久以来,美术一直主要以完成的结果为中心被记录下来。展厅里挂的是完成的作品,画册里印的是那个结果。时间一长,留下来的也大多只是那一张图像。

但实际的创作过程并非如此。

在一幅画最终完成之前,会经历无数次的选择与判断——寻找资料、拍摄照片、反复绘制草图、修改形态、参考其他作品,有时甚至会放弃最初的方案,重新开始。

完成的作品,只是那段漫长过程中的最后一页。

时间一过,结果会留下来,但过程却会消失。参考了哪些资料、经历了哪些草图、画面构成为何发生改变、哪件作品又延伸出了下一件作品——如果不记录下来,这些都会渐渐从记忆中淡去。人们可以通过完成的作品去推测过程,但推测终究无法取代记录。

正因如此,我开始记录谱系(Lineage)。

对我而言,谱系并不是用来证明影响关系的。

在美术史中,谱系常常被用来说明或证明谁影响了谁、某种画风究竟源自何处。那是一种站在外部视角、事后重新构建已经结束的各项创作之间关系的方式。

而我的谱系,方向不同。

它与其说是为了证明影响,更像是一种在创作进行的过程当中,记录一件作品是经由怎样的路径延伸到下一件作品的结构。它不是为了展示给别人看的证明,而是为了让正在创作中的我自己,不至于迷失那条脉络的记录。

一件作品,不会突然出现。

无数的选择与判断不断累积,这个过程反复进行,最终才抵达一个结果。既然如此,需要被记录下来的,就不仅仅是完成的图像,还应该包括这个过程中发生的种种联系与变化。

随着时间推移,谱系不再只是一种单纯的管理方式,而成为了一种看待创作本身的视角。

过去的创作并未结束,它会在之后的创作之中重新延续;新的作品,则在先前记录的基础上一点点变化、延展开来。一道痕迹,会成为下一道痕迹的起点,而那道痕迹,又会再次成为另一个新的起点。

我不会把作品记录成一个个孤立的点。

我试图把一件作品起始于何处、经历了怎样的过程而发生变化、又延伸向了何处,作为一条连续的脉络记录下来。

对我来说,谱系并不是一份用来整理过去的记录。

它是为了留下创作如何在时间中延续而来的痕迹,本身也是另一件作品。

20260703

系譜を記録する理由

完成した作品だけを残せば、それで十分なのだろうか。

長い間、美術は完成した結果物を中心に記録されてきた。展示場には完成した作品が掛けられ、図録にはその結果が載る。時間が経って残るものも、たいていはその一枚の画像である。

しかし、実際の作業はそうではない。

一枚の絵が出来上がるまでには、無数の選択と判断が積み重なっていく。資料を探し、写真を撮り、ドローイングを繰り返し、形を修正し、他の作品を参考にし、時には最初の計画を捨てて、また最初からやり直すこともある。

完成した作品は、その長い過程の最後の一頁にすぎない。

時間が経つと、結果は残るが過程は消えていく。どんな資料を参考にしたのか、どんなドローイングを経たのか、なぜ画面の構成が変わったのか、どの作品が次の作品へとつながっていったのかは、記録しなければ次第に記憶から消えていく。完成した作品から過程を推測することはできる。だが、推測は記録の代わりにはなれない。

だから私は、系譜(Lineage)を記録し始めた。

私にとって系譜とは、影響を証明するためのものではない。

美術史において系譜は、しばしば誰が誰に影響を与えたのか、ある画風がどこから生まれたのかを説明したり証明したりするために使われる。それは、外部の視点から、すでに終わった作業同士の関係を事後的に再構成する方法である。

私の系譜は、方向が異なる。

影響を証明するというよりは、ひとつの作業がどのような過程を経て次の作業へとつながっていったのかを、その作業が進行している間に記録するための構造である。誰かに見せるための証明ではなく、作業をしている自分自身が、その流れを見失わないための記録である。

ひとつの作品は、突然現れるわけではない。

無数の選択と判断が積み重なり、その過程が繰り返されることで、ひとつの結果にたどり着く。だとすれば、記録されるべきなのは、完成した画像だけではなく、その過程の中で行われたつながりと変化でもある。

時間が経つにつれて、系譜は単なる管理方法ではなく、作業を見る視点そのものになっていった。

過去の作業は終わったものではなく、その後の作業の中で再びつながっていき、新しい作品は以前の記録の上に少しずつ変化しながら広がっていく。ひとつの痕跡は次の痕跡の出発点となり、その痕跡もまた、別の出発点となる。

私は作品を点として記録しない。

ひとつの作品がどこから始まり、どのような過程を経て変化し、何へとつながっていったのかを、ひとつの流れとして記録しようとしている。

私にとって系譜とは、過去を整理するための記録ではない。

作業が時間の中でどのようにつながってきたのかを残すための、もうひとつの作品である。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