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란 무엇일까에 대한 단상 (2020)
어떤 이는 중국의 영향을 벗어나 우리의 산천을 우리의 시각으로 그려낸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를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라 이야기한다. 어떤 이는 수없는 고초를 겪으며 이 땅을 지켜온 민중들의 애환과 소망을 담은 ‘민화’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라 말한다. 또 누군가는 지나간 옛것보다 동시대 삶의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한 박수근과 이중섭 같은 화가의 그림을 한국적이라 평한다. 모두 다 옳은 말이다. 이렇듯 어떤 그림이 한국적이다라고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다.
‘한국화’라는 개념은 개개인의 취향이나 사고방식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한국화’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발전해 온 것은 사실이다. 중국의 이곽파 화풍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안견의 ‘몽유도원도’라는 걸작이 탄생할 수 있었으며, 중국의 남종화풍을 우리 것으로 승화시켜 ‘실경산수’와 ‘진경산수’가 태동할 수 있었다. 이런 역사를 거쳐오면서 동양회화가 필연적으로 가지게 되는 특수성이 생기는데 그것이 바로 필법과 묵법이다. 더구나 필법과 묵법은 동양회화만이 가지고 있는 정신성을 내포한다. 표현에 있어서도 동양회화는 선이 기본이기 때문에 선의 강약, 빠르고 느림 등의 변화가 그림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끊임없는 붓 훈련이 필요하다. 붓 훈련을 하지 않으면 필력이 없고, 필력이 없으면 그림 전체의 흐르는 기운이 약해지게 된다.
그다음 한국화가가 갖추어야 할 자세가 무엇일까? 바로 우리의 옛 문화를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개인의 취향이야 각양각색이겠지만 ‘한국화가’를 표방한다면 한국의 문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 자체가 취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천 년간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미의식이 어떠했고, 어떤 것들을 유산으로 남겨 놓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화가 박생광은 작고하기 전 “역사를 떠난 민족은 없다. 전통을 떠난 민족은 없다. 모든 민족 예술에는 그 민족 고유의 전통이 있다”라고 하였는데, 이 말은 ‘한국화가’가 마땅히 간직하고 곱씹어봐야 할 명언이다.
작년, 미국의 한 매체에서 봉준호 감독에게 ‘한국영화는 20년간 영화사에 큰 영향을 끼쳤음에도 왜 오스카 후보상에 단 한 작품도 오르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오스카는 로컬(지역시상식)이기 때문이다’라고 일침을 날린다. 미국 최고의 권위를 가졌으나 그들 스스로 장벽을 쳐 놓고 스스로를 우월하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한국화가’를 지향하는 이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우리의 것을 사랑하고 아끼듯이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도 반드시 가져야 할 태도이다. 한국의 것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다른 문화를 배척한다면 봉준호 감독의 말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아니라 한국화를 하는 사람들에게로 향할 것이다. 한국화라는 프레임을 붙임으로 해서 우리 스스로 로컬(지역)적 미술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된다.
이렇게 내가 생각하는 한국화의 개념 그리고 자칫 한국화가 로컬화 되어 버릴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두서는 없지만 나름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한국에 살고 있는 화가가 아닌 ‘예술가로서 어떠한 자세를 취하고 행동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과도한 자유를 표방하면 전통을 잃어버리고 전통을 고수하다 보면 과거에 매몰되어 버리는 이 두 가지의 태도를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다. 나에게는 이런 지점이 정말로 난제다. 전통은 유능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화가에게는 새로운 창작을 움트게 해주는 밑거름이 될 것이고, 무능하고 게으른 화가에게는 전통은 거추장스럽고 새로운 창작에 방해가 되는 성가신 존재로 인식될 것이다. 어찌됐던 지금까지의 노력 그리고 앞으로 있을 나의 행위가 사회에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되길 바랄 뿐이다.
2020 작가노트
A Reflection on the Question: What is Korean Painting? (2020)
Some people say that the most Korean form of painting is the late Joseon dynasty tradition of true-view landscape painting (Jingyeong Sansuhwa), which depicted the mountains and rivers of Korea from our own perspective rather than following Chinese models. Others argue that minhwa (folk painting), which embodies the hardships, sorrows, and hopes of ordinary people who endured countless struggles on this land, represents the most Korean form of painting. Still others consider the works of painters such as Park Soo-keun and Lee Jung-seop—who portrayed the lives of their contemporaries with quiet sincerity—to be the most Korean in spirit. All of these perspectives are valid. For this reason, it is not easy to clearly define what constitutes a “Korean” painting.
The concept of “Korean painting” varies according to individual tastes and ways of thinking. However, it is also true that Korean painting developed under the influence of Chinese painting traditions. By adopting the Li-Guo school of landscape painting from China, An Gyeon was able to create the masterpiece Dream Journey to the Peach Blossom Land. Later, the Southern School painting tradition of China was transformed into something uniquely our own, giving rise to true-view landscapes and real landscapes. Through this historical process, East Asian painting came to possess certain inherent characteristics—namely brush method and ink method. These techniques also contain the spiritual dimension unique to East Asian painting. In terms of expression, line forms the fundamental basis of East Asian painting, and variations in the strength, speed, and rhythm of the brushstroke decisively shape the image. For this reason, constant brush training is essential. Without such training, one cannot develop brush power; without brush power, the flowing energy throughout the entire painting becomes weakened.
Then what attitude should a painter of Korean painting possess? First and foremost, one must have a sincere respect for and affection toward our traditional culture. Personal taste may vary widely, but if one identifies oneself as a “painter of Korean painting,” then loving and valuing Korean culture itself should become part of one’s artistic inclination. We must pay close attention to the aesthetic consciousness of those who lived on this land for thousands of years and to what kinds of cultural legacies they left behind. The distinguished Korean painter Park Saeng-gwang once said before his death: “There is no nation without history. There is no nation without tradition. Every nation’s art contains its own unique tradition.” These words are something that any painter of Korean painting should keep deeply in mind.
Last year, when a journalist in the United States asked director Bong Joon-ho why Korean cinema had not received a single Academy Award nomination despite having greatly influenced the global film industry for two decades, he replied, “The Oscars are a local award.” Though the Academy holds great authority in the United States, it has erected its own barriers and long believed itself to be superior. In some ways, this remark is also something that painters of Korean painting should reflect upon. Just as we love and cherish what is ours, we must also maintain respect for other cultures. If we love Korean culture so excessively that we exclude other cultures, Bong Joon-ho’s words would no longer apply to the Academy Awards but rather to those practicing Korean painting. We must be cautious that by attaching the label “Korean painting,” we do not confine ourselves to becoming merely a regional form of art.
These reflections are my personal thoughts on the concept of Korean painting and on the possibility that Korean painting might unintentionally become localized. Although these ideas are not perfectly organized, they represent a sincere attempt at reflection. As an artist living in Korea, I often think about what kind of attitude and actions I should take. If one advocates excessive freedom, tradition may be lost; yet if one clings too strongly to tradition, one risks becoming trapped in the past. Both extremes must be carefully avoided. For me, this remains a difficult problem. Tradition can serve as fertile ground from which new creativity grows for artists who are capable and diligent. For those who are incompetent or lazy, however, tradition may appear as an inconvenient burden that obstructs new creation. In any case, I can only hope that the efforts I have made so far, and the actions I will take in the future, will contribute positively to society.
Artist Note, 2020
关于“什么是韩国画”的思考(2020
有人认为,最具韩国特色的绘画是朝鲜后期出现的“真景山水画”,这种绘画摆脱了中国的影响,以韩国自身的视角描绘本国山川。也有人认为,承载着在这片土地上经历无数苦难的民众之悲欢与愿望的“民画”,才是最具韩国性的绘画。还有人认为,比起过去的传统作品,朴寿根、李仲燮等画家以朴实的方式描绘当代生活的作品,更能体现韩国性。所有这些说法都各有其道理。因此,要明确界定什么是“韩国性的绘画”并不是一件容易的事情。
“韩国画”这一概念会随着个人的趣味与思考方式而有所不同。但不可否认的是,韩国画的发展确实受到了中国绘画传统的影响。正因为吸收了中国李郭派山水画的风格,安坚才能创作出《梦游桃源图》这样的杰作;而中国南宗画的传统也被韩国画家吸收并转化为自身的艺术资源,从而孕育出了“实景山水”和“真景山水”。在这样的历史发展过程中,东亚绘画逐渐形成了一种必然具有的特质,那就是笔法与墨法。这些技法也蕴含着东亚绘画特有的精神性。在表现方式上,线条是东亚绘画的基础,线条的强弱、速度以及节奏变化都会对画面产生决定性的影响。因此,持续不断的笔墨训练是不可或缺的。没有这种训练,就无法形成笔力;而没有笔力,整幅作品中流动的气韵便会变得微弱。
那么,韩国画家应当具备怎样的态度呢?首先,应当怀有尊重并珍视本民族传统文化的心。个人的趣味或许各不相同,但如果自称为“韩国画家”,那么热爱并珍惜韩国文化本身就应成为一种艺术取向。我们应当关注数千年来生活在这片土地上的人们所形成的审美意识,以及他们留下了怎样的文化遗产。韩国著名画家朴生光在生前曾说过:“没有脱离历史的民族,也没有脱离传统的民族。每一个民族的艺术,都有其独特的传统。”这句话是韩国画家理应铭记并反复思考的箴言。
去年,美国某媒体向导演奉俊昊提问:韩国电影在过去二十年对世界电影史产生了巨大影响,为何却从未获得奥斯卡提名?他的回答是:“奥斯卡只是一个地方性的奖项。”尽管它在美国具有极高权威,但它同时也设立了自己的壁垒,并长期认为自己具有优越性。从某种意义上说,这句话同样值得以“韩国画”为志向的艺术家们深思。正如我们珍爱自身文化一样,也应当尊重其他文化。如果因为过度热爱本民族文化而排斥其他文化,那么奉俊昊的话将不再指向奥斯卡,而会指向从事韩国画创作的人。我们必须警惕:不要因为贴上“韩国画”的标签,而让自己的艺术变成一种地方性的艺术。
以上是我对于韩国画概念的一些思考,同时也对韩国画可能走向地方化的情况进行了反思。虽然这些想法并不完全系统,但却是我认真思考后的结果。作为生活在韩国的艺术家,我常常思考自己应当以怎样的态度与行为面对艺术。如果过分强调自由,可能会失去传统;如果过分拘泥于传统,又可能被困在过去。这两种极端都需要警惕。对我而言,这是一个真正困难的问题。对于有能力且勤奋的艺术家来说,传统会成为孕育新创作的土壤;而对于无能或懒惰的艺术家而言,传统则可能被视为束缚与阻碍。无论如何,我只希望自己至今的努力以及未来的行动,能够对社会产生积极的影响。
2020 年作者笔记
韓国画とは何かについての断想(2020)
ある人は、中国の影響から離れ、韓国の山川を自らの視点で描いた朝鮮後期の「真景山水画」こそ最も韓国的な絵画であると言う。別の人は、この土地で数多くの苦難を経験してきた民衆の哀歓や願いを表した「民画」こそが最も韓国的だと語る。また、過去の伝統よりも同時代の生活を静かに描いた朴寿根や李仲燮のような画家の作品を韓国的と評価する人もいる。これらはいずれも間違いではない。このように、どのような絵画が「韓国的」であるのかを明確に定義することは容易ではない。
「韓国画」という概念は、人それぞれの趣味や思考によって異なる。しかし韓国画が中国絵画の影響を受けて発展してきたこともまた事実である。中国の李郭派の山水画風を受け入れたからこそ、安堅は名作《夢遊桃源図》を生み出すことができた。また中国の南宗画の伝統を韓国独自のものとして昇華することで、「実景山水」や「真景山水」が生まれた。このような歴史の中で、東アジア絵画は必然的にある特質を持つようになった。それが筆法と墨法である。これらは東洋絵画に特有の精神性を内包している。表現においても、東洋絵画では線が基本であり、線の強弱や速度、リズムの変化が画面に決定的な影響を与える。そのため絶え間ない筆の訓練が必要である。訓練がなければ筆力は生まれず、筆力がなければ作品全体に流れる気韻も弱くなってしまう。
では韓国画家が備えるべき姿勢とは何だろうか。まず、自国の伝統文化を尊重し、大切にする心である。個人の趣味は様々であっても、「韓国画家」を名乗るのであれば、韓国文化を愛すること自体が一つの志向となるべきだと私は考える。数千年にわたりこの土地で生きてきた人々の美意識がどのようなものであったのか、そしてどのような文化遺産が残されてきたのかを注意深く見つめる必要がある。韓国の代表的な画家である朴生光は生前、「歴史を離れた民族はない。伝統を離れた民族もない。すべての民族芸術にはその民族固有の伝統がある」と語った。この言葉は韓国画家が心に刻み、何度も噛みしめるべき言葉である。
昨年、アメリカのあるメディアが映画監督のポン・ジュノに、韓国映画は20年間世界の映画史に大きな影響を与えてきたにもかかわらず、なぜオスカー候補に一度も挙がらなかったのかと質問した。彼は「オスカーはローカルな賞だからだ」と答えた。アメリカで大きな権威を持つ賞であるが、自ら壁を作り、自分たちを優位に置いてきたという意味である。ある意味で、この言葉は韓国画を志す者たちにも向けられるべきものだろう。私たちは自分たちの文化を愛するのと同じように、他の文化も尊重しなければならない。もし韓国文化を愛するあまり他文化を排斥してしまうなら、その言葉はアカデミー賞ではなく韓国画を行う人々に向けられることになるだろう。「韓国画」という枠を掲げることで、自らを地域的な芸術に閉じ込めてしまうことを警戒しなければならない。
以上は、私が考える韓国画の概念、そして韓国画がローカル化してしまう可能性についての断想である。整理された考えではないが、私なりに真剣に考えてみた結果である。韓国に住む芸術家として、どのような姿勢で行動すべきかを常に考えさせられる。自由を過度に強調すれば伝統を失い、伝統に固執すれば過去に縛られてしまう。この二つの極端は常に警戒すべきだ。私にとってこれは非常に難しい問題である。伝統は能力があり努力する画家にとっては新しい創作を生み出す土壌となるが、無能で怠惰な画家にとっては煩わしく創作の妨げとなる存在に見えるかもしれない。いずれにしても、これまでの努力とこれからの行為が社会にとって良い影響を与えることを願うばかりである。
2020 作家ノート